대화를 하다 보면 “아니 근데…”로 시작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누가 말을 꺼내면, 그에 대한 반응으로 자연스럽게 “아니 근데 말이야” 혹은 “아니 근데 그건 좀 다르지 않아?”라고 받아치는 식이죠. 듣는 사람 입장에선 왠지 모르게 반박당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무조건적인 부정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그런데 이 말버릇, 단순한 습관 이상의 심리적 신호를 담고 있을 수도 있어요. 오늘은 이 말투 속에 숨은 심리를 함께 살펴보려 해요.

‘아니 근데’의 첫 번째 기능, 방어적 화법
사람이 “아니 근데”로 시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방어적인 태도 때문이에요. 상대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일단 내 입장을 먼저 강조하고 싶은 욕구가 반영된 거예요.
예를 들어 상대가 “오늘 발표 괜찮았던 것 같아”라고 하면, 이에 대해 “아니 근데 내가 사실 그 부분에서 좀 틀렸잖아”라고 대답하는 식이죠. 이건 겸손함의 표현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자기 방어적인 심리가 작동한 결과일 수도 있어요.
자기확신이 부족할수록 자주 쓰게 되는 말투
“아니 근데”라는 말버릇은 자존감과도 관련이 깊어요. 자신의 주장이나 감정에 대한 확신이 부족할수록 이런 식의 말투를 사용하게 되는 경향이 있어요. 상대의 말이 맞다는 걸 알면서도 바로 수용하기 어려운 거죠. 그래서 일단은 아니라고 하고, 뒤에 내 말을 덧붙이려는 심리예요.
이건 무의식 중에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식이기도 해요. 특히 회피형 인간관계를 가진 사람이나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이 말버릇을 자주 쓰는 편이에요.
무의식적인 경쟁 심리가 작동할 때도
“아니 근데”로 대화를 시작하는 사람 중에는 상대의 말을 듣자마자 내 생각이 더 맞다는 걸 강조하려는 심리를 가진 경우도 있어요. 특히 직장이나 친구 관계처럼 은근한 경쟁 구도가 있는 상황에서 이런 말투가 자주 튀어나오게 돼요.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려는 욕구, 혹은 상대보다 우위에 서고 싶다는 감정이 이런 방식으로 표현되는 거예요. 말의 내용보다 말투와 어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일수록 이런 현상이 강해져요.
대화 흐름을 통제하려는 습관적 제스처
사람은 대화를 통해 자신이 통제권을 쥐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해요. 특히 의견 충돌이나 주도권이 필요한 상황에서 “아니 근데”는 대화 흐름을 내 쪽으로 틀고 싶다는 무의식적 신호일 수 있어요.
이건 단순히 의견이 다른 것과는 좀 다른 차원이에요. 내가 말의 중심을 잡고 있음을 확인하려는 욕구가 작동하고 있는 거죠.
‘아니 근데’를 자주 듣는 입장에서 느껴지는 감정
이 말버릇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과 대화하다 보면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어요. 매번 내 말에 “아니 근데”로 시작되면 마치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에요.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상대방은 자신도 모르게 대화를 회피하거나 감정적으로 거리를 두게 돼요. 그래서 이 말투는 관계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도 작용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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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투를 줄이고 싶다면 이렇게 해보세요
“아니 근데”라는 말이 너무 습관처럼 나와버리는 걸 느낀다면, 의식적으로 말 시작 전 잠깐 멈춰보는 연습을 해보세요. 바로 반응하기보다는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고, “내 생각은 조금 달라” 혹은 “그런 시각도 있네, 나는 이렇게 봤어”처럼 부드럽게 전환해보는 거예요.
이런 표현들은 방어적이지 않으면서도 내 입장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건강한 대화를 만들 수 있어요.
자주 쓰는 말버릇, 결국 나를 말해주는 신호
말버릇은 그냥 말투가 아니라, 그 사람의 감정 상태와 성격,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언어적 습관이에요. 그래서 내가 자주 쓰는 말이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 살펴보면 내 무의식적인 감정이나 태도를 이해할 수 있어요.
“아니 근데”라는 말도 마찬가지예요. 겉으로는 가볍고 일상적인 말이지만, 그 속에는 꽤 많은 심리적 요소들이 숨어 있거든요. 나를 보호하려는 마음일 수도 있고, 상대를 이기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어요.
누군가의 말버릇이 거슬린다면
반대로 내가 아니라 누군가가 자꾸 “아니 근데”로 시작하는 말버릇을 가지고 있다면, 그 사람을 탓하기보다는 “왜 저 사람은 항상 그렇게 말할까?”라는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그 사람의 성격이나 불안감, 혹은 관계에서의 긴장 상태가 그 말 속에 담겨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마무리하며
“아니 근데”라는 말버릇, 너무 익숙하고 평범해서 그냥 넘기기 쉬워요. 하지만 그 속에는 무의식적인 감정과 태도가 담겨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내가 자주 쓰고 있다면 잠깐 멈춰서, 그 말이 어떤 의미로 나오는지를 살펴보고, 상대가 자주 쓰고 있다면 그 감정의 근원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해보세요.
언어는 곧 마음이고, 말의 습관은 곧 관계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어요. 이 작은 말투 하나가 당신의 대화를 더 건강하게 바꿔줄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