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부딪히게 되는 현실적인 과제는 단연 ‘집 구하기’다. 특히 워킹홀리데이로 온 사람이나 어학연수, 유학 초반기를 시작하는 학생들에게는 단기 숙소 이후의 장기 거주지가 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숙소 하나 잘못 구하면 생활 리듬이 무너지기도 하고, 반대로 좋은 집을 구하면 낯선 땅에서도 안정된 일상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낯선 환경에서 처음으로 방을 구하는 사람이라면 쉽게 놓칠 수 있는 것이 바로 ‘피해야 할 방’의 유형이다. 겉보기엔 괜찮아 보여도 실제로 살아보면 불편하거나, 심하면 사기를 당하는 경우까지 종종 있다. 특히 한국과는 문화, 규정, 집 구조까지 전혀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싸고 깔끔해 보인다는 이유로 덜컥 계약했다가 낭패를 보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
이번 글에서는 내가 직접 겪거나 주변에서 자주 들은 사례를 바탕으로, 호주에서 방을 구할 때 피해야 할 대표적인 세 가지 유형을 정리해 보았다. 당장 방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아래 내용을 꼭 참고하고 조심해서 선택하길 바란다.

창문 없는 방 – 싸지만 후회가 따라온다
첫 번째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유형이 바로 창문이 없는 방이다. 현지에서는 흔히 ‘sunroom’ 혹은 ‘partition room’이라는 이름으로 광고되기도 하고, 때로는 그냥 ‘private room’이라고만 적혀 있어 처음 보는 사람은 제대로 된 방으로 오해하기 쉽다. 문제는 실제로 들어가 보면 창문이 없거나, 창문이 있어도 외부로 열리지 않고 거실과 맞닿아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런 방은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많은 초보 워홀러들이 선택하게 되는데, 막상 살아보면 금방 후회하게 된다. 가장 큰 문제는 환기다. 하루 종일 공기가 정체돼 있어 눅눅하고, 곰팡이가 생기기 쉬운 환경이다. 특히 호주 겨울은 생각보다 습기가 많은 날이 많아서, 제습기를 따로 두지 않으면 옷장 안에 곰팡이가 피는 경우도 생긴다.
또한 햇빛이 전혀 들지 않기 때문에, 아침이 와도 어두컴컴한 방에서 생활하게 된다. 기분이 쉽게 처지고 우울감이 따라올 수 있다. 거주지 선택이 생활 리듬과 정신 건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체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가격이 저렴하더라도 창문이 없거나, 외부와 차단된 방은 피하는 것이 좋다. 혹시라도 잠깐 지낼 계획이라면, 장기계약은 피하고 짧게 머문 뒤 다른 방으로 옮길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현명하다.
쉐어가 과도한 집 – 프라이버시 없는 생활
두 번째로 피해야 할 유형은 쉐어가 과도한 집이다. 쉐어하우스 문화가 발달한 호주에서는 2인실, 3인실은 물론이고 거실에 침대를 쪼개어 놓는 ‘거실쉐어’, 심지어 벙커베드로 최대 6명이 함께 쓰는 방도 존재한다. 이렇게 과도하게 쉐어가 된 집은 월세는 확실히 싸지만, 대가로 많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가장 먼저 프라이버시가 없다. 방 안에 누가 언제 들어올지 모르고, 짐도 공동 보관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지품 분실의 위험도 있다. 또, 부엌이나 욕실을 공유해야 하는 인원 수가 많으면, 하루의 기본적인 루틴조차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요리하고 싶어도 기다려야 하고, 아침 출근길에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해도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소음 문제도 심각하다. 잠을 자야 하는 시간에 다른 사람이 통화하거나, 새벽에 들어와 불을 켜는 등의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서로 시간대나 생활 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기도 쉽고, 결국 자주 이사하거나 불안정한 생활이 이어진다.
쉐어하우스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입주 인원이 적당하고, 각자의 공간이 어느 정도 보장된 집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집을 보기 전에 실제 방 구조와 인원 구성을 명확히 확인하고, 가능한 한 거실 쉐어나 벙커 쉐어는 피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안정적이다.
계약이 없는 구두 약속 – 말로만 하는 입주 합의
마지막으로 가장 조심해야 할 유형은 계약이 없는, 즉 구두 약속만으로 입주를 진행하는 경우다. 처음 호주에 도착한 사람들은 “여기선 원래 계약 없이도 많이 살아”라는 말을 믿고 그냥 입주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생각보다 위험한 방식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입주자다. 예를 들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중도 퇴실 시 위약금이 발생한다고 일방적으로 요구받는 경우에도, 문서화된 계약이 없으면 대응하기가 어렵다. 심한 경우에는 2주 예고 없이 갑자기 퇴거하라고 하거나, 임대인이 마음대로 월세를 올리는 일도 발생한다.
특히 불법 서브렌트 구조인 경우, 집주인과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추후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다. 집주인이 따로 있고, 중간 관리자가 또 있으며, 그 사이에 입주자가 몇 겹으로 얽혀 있는 구조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간단한 문서라도 작성해서 서명해두는 것이 좋다. 입주일, 퇴실일, 렌트비, 보증금, 퇴실 통보 기간 등을 명시하고, 문자나 이메일로 대화 내역을 남겨두는 것도 최소한의 보호 장치가 된다. 계약을 하지 않고 들어가는 방은 아무리 조건이 좋아 보여도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첫 방 선택이 호주 생활을 좌우한다
많은 워홀러와 유학생들이 첫 방 선택에서 실수하고, 그 결과 생활 전반에 불편함을 겪는다.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집이 불편하면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 어렵고, 친구를 만나더라도 마음이 편치 않다. 집은 단순히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니라, 낯선 타국에서 내 몸과 마음을 보호해주는 일종의 안식처다.
그래서 방을 구할 때는 조건보다 구조, 가격보다 안정성을 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창문이 있는 방인지, 입주 인원은 적정한지, 계약은 명확히 되어 있는지. 이 세 가지만 잘 체크해도 80퍼센트의 리스크는 줄일 수 있다.
급하다고 아무 집이나 들어가면 그 뒤의 몇 달이 고달파진다. 마음에 드는 방이 없으면 며칠 더 임시 숙소에서 머물며 천천히 고르는 것도 전략이다. 결국 방 하나가 내 호주 생활의 시작을 어떻게 만들지를 좌우할 수 있다면, 그 선택은 충분히 신중할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