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장기간 체류하거나 여행을 자주 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현지 은행 계좌나 글로벌 체크카드에 대한 관심이 생긴다. 기존 한국 카드로 결제를 계속하면 수수료 부담이 만만치 않고, 환율도 실시간으로 불리하게 적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현지 송금, ATM 인출, 생활비 관리까지 생각하면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선 ‘현지화된 금융 수단’이 필요해진다.
그런 배경 속에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모바일 뱅크 혹은 글로벌 체크카드가 있다. 대표적인 세 가지가 바로 Revolut, N26, 그리고 Wise다. 모두 계좌 개설부터 카드 신청, 송금, 환전까지 모바일 앱 기반으로 빠르게 처리할 수 있으며, 복잡한 서류 없이도 유럽 내 여러 국가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디지털 노마드, 워홀러, 유학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 글에서는 유럽에서 실사용하기 좋은 이 세 가지 서비스의 장단점을 비교해보고, 실제 사용 후기와 함께 어떤 사람에게 어떤 서비스가 더 적합한지도 함께 정리해보았다. 특히 유럽 현지에서 생활할 계획이 있거나, 한 달 이상 체류하며 금융 서비스를 고민 중이라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구성했다.

Revolut – 스마트한 금융 라이프의 대표주자
Revolut은 영국에서 시작된 디지털 뱅크로, 현재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지원되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은 하나의 계좌로 다통화를 지원한다는 점이다. 유로, 파운드, 미국 달러뿐 아니라, 체코 코루나, 폴란드 즈워티 같은 비주류 통화까지 앱 안에서 보유하고 즉시 환전해 결제할 수 있다.
계좌 개설은 매우 간단하다. 여권이나 EU ID, 한국 여권으로도 가입이 가능하며, 영국,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등에서 거주 주소만 입력하면 5분 내로 계좌 번호와 카드 신청이 가능하다. 실물 카드는 배송까지 약 5일 정도 걸리며, 디지털 카드는 즉시 생성되어 애플페이나 구글페이로 바로 사용할 수 있다.
Revolut의 핵심 기능은 ‘실시간 환율 기반 환전’이다. 일반 은행보다 유리한 환율로 즉시 환전이 가능하며, 주말을 제외하고 수수료가 거의 없다. 또한 자동 예산 설정, 범주별 소비 추적, 구독 서비스 관리, 그리고 해외 송금까지 하나의 앱에서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 강력하다.
다만 무료 플랜의 경우 월 200유로까지는 수수료 없이 ATM 출금이 가능하지만, 그 이상은 2%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또한 해외 송금 시 일부 국가에서는 추가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다. 기본적인 용도로는 매우 유용하지만, 현금 사용이 많은 국가에서는 ATM 수수료가 누적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N26 – 독일 기반의 유럽 현지 은행 느낌
N26은 독일에서 시작된 모바일 은행으로, Revolut보다 다소 ‘은행다운’ 구조를 갖추고 있다. 유럽 내에서 실제 은행 계좌번호(IBAN)를 발급받을 수 있으며, 독일에서는 공공요금 자동이체, 급여 수령, 세금 신고용 계좌로도 활용 가능하다. Revolut이 ‘글로벌 다통화 카드’라면, N26은 ‘현지 은행 계좌의 모바일 버전’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가입은 여권 인증, 주소 인증을 거치며, 독일이나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 실거주지 주소가 있어야 카드 배송이 가능하다. 특히 N26은 카드 배송에 시간이 다소 걸리는 편이라 단기 여행보다는 장기 체류자에게 더 적합하다. 앱은 직관적이며, 은행 앱다운 깔끔한 UI를 제공한다.
N26의 가장 큰 장점은 계좌 유지 비용이 없고, 특정 국가 내 ATM 출금 수수료가 무료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는 대부분의 ATM에서 무제한 무료 출금이 가능하며, 해외 사용 시에도 마스터카드 환율을 그대로 적용해 추가 환전 수수료가 없다.
다만 단점도 분명하다. 현재 일부 국가에서는 신규 가입 제한이 있으며, 외국인 사용자에게는 주소 인증이 까다로운 경우가 있다. 특히 한국인의 경우 독일 주소나 독일 거주증명 서류가 있어야 하는 상황이 많아, 유럽 체류 예정 국가가 N26이 서비스되는 곳인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Wise – 송금 특화, 여행자에게 이상적인 옵션
Wise는 원래 TransferWise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국제 송금 서비스로, 현재는 다통화 계좌와 체크카드까지 제공하는 글로벌 핀테크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전통 은행 대비 월등히 낮은 수수료로 송금이 가능하며, 앱을 통해 다양한 국가의 통화를 저장하고 즉시 환전할 수 있다.
Wise의 강점은 송금 속도와 환율 투명성이다. 송금을 보낼 때 수수료가 명확하게 표시되며, 은행 간 송금이 아닌 현지 통화로 바로 입금되기 때문에 수취 측에서도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유럽으로 혹은 유럽에서 한국으로 송금이 잦은 사람에게는 매우 유용하다.
Wise 카드 역시 유럽 전역에서 사용이 가능하며, ATM 출금도 일부 무료 한도 내에서 수수료가 없다. 애플페이 및 구글페이 등록도 가능하며, 일반 직불카드처럼 모든 곳에서 결제가 가능하다. 다만 Wise는 ‘계좌’라기보다는 ‘지갑’에 가까운 구조다. 현지 은행 계좌번호(IBAN)를 제공하긴 하지만, 일부 기능(예: 자동이체, 세금 신고용 계좌 등록 등)은 제한된다.
즉, 생활형 계좌보다는 여행자나 프리랜서, 디지털 노마드에게 이상적인 서비스다. 단기 체류하면서도 통화 환전이나 송금 수수료를 아끼고 싶다면 Wise는 매우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어떤 사용자가 어떤 서비스를 선택해야 할까
이 세 가지 서비스는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 사용 목적과 환경에 따라 완전히 다른 장점을 지니고 있다. Revolut은 ‘하나의 앱으로 모든 걸 해결하고 싶은 사람’, N26은 ‘유럽 현지 계좌가 필요한 체류자’, Wise는 ‘송금이나 여행 중심의 유연한 금융 툴’을 원하는 사람에게 각각 알맞다.
장기적으로 유럽에서 거주할 계획이 있다면 N26을 통해 현지 은행 기능을 갖춘 계좌를 확보하는 것이 좋고, 다양한 통화 간 이동과 경비 관리가 필요하다면 Revolut이 유용하다. 반면 단기 체류자나 송금 위주의 사용자는 Wise가 훨씬 효율적이다.
또한 이 세 가지 서비스를 동시에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Wise로 송금 후, Revolut에 자금을 옮겨 다양한 통화로 나눠 저장하고, 필요한 때마다 환전하거나 결제에 사용하는 방식도 널리 쓰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거주 형태, 사용 목적, 거래 규모에 따라 어떤 금융 서비스가 가장 적합한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유럽에서의 생활이 시작되기 전, 미리 계좌를 개설해 앱과 기능을 익혀두면 이후의 금융 생활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