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에서 “이 이미지 하나만 봐도 제목이 떠오르는 작품”이 몇 개 없잖아요. 그런데 뭉크의 <절규>는 그 희귀한 편에 들어요. 화면 중앙의 인물이 입을 벌리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쥔 모습, 뒤로 길게 뻗은 다리 난간, 그리고 붉고 주황빛으로 뒤틀린 하늘. 딱 한 번만 봐도 머릿속에 각인되는 구조입니다. 이 작품이 강한 이유는 단순히 ‘무서운 표정’ 때문이 아니라, 불안이라는 감정을 선과 색, 공간 자체로 만들어냈기 때문이에요.

작품 기본 정보(연도, 버전, 크기, 재료)
우리가 흔히 “뭉크의 절규”라고 부르는 이미지는 사실 한 점만 있는 게 아니라, 뭉크가 여러 번 반복 제작한 모티프예요. 공식적으로 널리 알려진 컬러 버전만 해도 4점(회화 2점, 드로잉 2점)이 대표적으로 언급됩니다. 소장처도 나뉘어 있는데, 일부는 노르웨이 국립미술관(현 National Museum 소장 컬렉션)과 뭉크 미술관(MUNCH)에 있고, 한 점은 개인 소장으로 알려져 있어요.
가장 ‘대표 이미지’로 자주 언급되는 1893년 버전은 일반적으로 종이/보드가 아니라 골판지(cardboard)에 유화·템페라·파스텔(혹은 크레용 계열)이 혼합된 형태로 소개됩니다. 치수는 약 91 × 73.5cm로 자주 정리돼요. 참고로 뭉크 미술관(MUNCH) 소장 버전 중에는 83.5 × 66cm로 표기되는 작품도 있어, “절규 = 무조건 한 가지 치수”라고 외워두면 나중에 헷갈릴 수 있습니다. 같은 모티프라도 버전별로 재료와 치수가 조금씩 달라요.
블로그 글에서는 이렇게 정리해두면 가장 안전합니다.
- 대표(1893년) 버전: 약 91 × 73.5cm, cardboard 바탕 + 템페라/파스텔/유화 혼합으로 알려짐
- 뭉크 미술관(MUNCH) 소장 버전(예: 1910년 버전 등): 83.5 × 66cm 등으로 표기되는 작품이 존재(버전별 상이)
- 버전 수: 컬러 버전 4점(회화 2점, 드로잉 2점) + 1895년 석판화(lithograph) 제작
작품 설명: ‘다리 위의 인물’과 ‘소용돌이치는 하늘’이 만드는 심리 풍경
<절규>를 장면으로만 설명하면 단순합니다. 전경에는 다리(혹은 산책로) 위에 선 인물이 있고, 뒤쪽에는 두 사람이 더 멀찍이 걸어가요. 배경에는 물(피오르드로 보이는 만)과 언덕, 그리고 강렬한 하늘이 펼쳐집니다. 그런데 이 작품이 특별해지는 지점은 “풍경이 풍경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어요. 산과 하늘과 물이 자연의 질서대로 정돈되어 있지 않고, 마치 소리의 파동처럼 출렁이며 화면 전체를 흔들어버립니다.
전경 인물은 성별도 나이도 특정하기 어렵게 단순화돼 있고, 얼굴은 해골처럼 납작하고 둥글며, 입은 검은 구멍처럼 크게 열려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 인물이 “내가 지금 비명을 지른다”라기보다, “세상이 나를 향해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느낀다”에 가까운 상태로 보인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감상자도 자연스럽게 ‘표정’보다 ‘분위기’로 먼저 불안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뭉크의 절규 해석: 개인의 공포를 ‘보편적 불안’으로 바꾼 이미지
<절규>를 설명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해석은 실존적 불안, 현대인의 공포, 정신적 압박 같은 키워드예요. 이 작품이 시대를 넘어서 읽히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사람마다 불안의 원인은 달라도, “설명하기 어려운 압도감” 자체는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잖아요. 뭉크는 그 감정을 사건으로 그리지 않고, 감정이 만들어내는 ‘감각’을 화면에 옮겨놓았습니다.
또 하나 자주 언급되는 포인트는 초기 전시에서 사용된 독일어 제목이 ‘자연의 절규’에 가까운 뉘앙스를 갖고 있다는 점이에요. 즉, 이 작품은 인물의 절규이면서 동시에 ‘자연(혹은 세계) 자체가 울부짖는 느낌’으로도 읽히게 설계돼 있습니다. 그래서 보는 사람은 “저 사람이 왜 저러지?”보다 “저 상황이 왜 저렇게 느껴지지?”에 집중하게 되고, 작품의 감정이 관객 쪽으로 빠르게 전염됩니다.
표현기법 1: 선(라인)의 왜곡으로 ‘소리의 파동’을 시각화
뭉크 절규 표현기법에서 가장 먼저 봐야 할 건 선입니다. 하늘과 물, 배경의 곡선들이 반복적으로 휘어지면서 화면 전체에 리듬을 만들어요. 이 선들은 사실적인 묘사를 위한 선이 아니라, 감정을 전달하기 위한 선입니다. 마치 비명이 공기 중에 퍼져나가며 공간을 흔드는 것처럼, 곡선이 연쇄적으로 번져나가죠. 반면 다리 난간의 선은 길고 단단한 직선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곡선(불안)과 직선(현실)이 충돌하면서, 불안이 더 날카롭게 느껴집니다.
표현기법 2: 강렬한 색 대비로 심리적 온도를 끌어올리기
색도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하늘은 붉고 주황빛으로 타오르듯 물들어 있고, 물과 땅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어요. 이때 중요한 건 “예쁜 색 조합”이 아니라 “불편한 색의 충돌”입니다. 따뜻한 색이 편안함을 주기보다 과열된 불안처럼 보이고, 차가운 색은 안정이 아니라 공허함처럼 보이죠. 색이 감정을 설명해주기보다 감정을 직접 자극하는 방식입니다.
표현기법 3: 형태의 단순화(아이콘화)로 감정을 더 직접적으로 전달
전경 인물은 세부가 거의 없습니다. 옷의 주름이나 얼굴의 해부학적 디테일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지 않아요. 그런데 이 단순화가 오히려 강점입니다. 사람이 너무 구체적이면 “특정 인물의 사연”으로 읽히기 쉬운데, 뭉크는 인물을 거의 상징처럼 만들어서 누구든 그 자리에 ‘자기 자신’을 겹쳐 볼 수 있게 했거든요. 그래서 절규는 특정인의 비극이 아니라, 보편적 불안의 아이콘이 됩니다.
뭉크의 절규 특징: 상징주의와 표현주의 사이, ‘감정이 주인공’인 그림
<절규>는 흔히 표현주의의 상징처럼 다뤄지지만, 동시에 상징주의적인 성격도 강합니다. 중요한 사건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기보다, 마음속 감각을 상징적 형태로 압축하거든요. 요약하면 이런 특징이 있어요.
- 감정 중심: 이야기(서사)보다 불안의 감각이 먼저 전달됨
- 현실 비틀기: 자연 풍경이 사실이 아니라 심리 풍경처럼 뒤틀려 보임
- 강한 반복성: 같은 모티프를 여러 번 제작(회화/드로잉/석판화)하며 이미지의 ‘확산력’을 키움
- 아이콘화: 인물 형태가 단순해질수록 상징성은 커지고, 대중에게 더 빠르게 각인됨
구도 읽기: 대각선 난간이 만드는 속도감, 중앙 인물이 만드는 압박감
<절규>는 구도가 굉장히 계산되어 있어요. 다리 난간이 화면의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로 길게 뻗어가며 강한 대각선을 만들고, 그 선이 관객의 시선을 빠르게 깊숙한 공간으로 끌어당깁니다. 그런데 그 흐름 한가운데, 전경 인물이 시선을 ‘딱’ 가로막습니다. 즉, 시선은 앞으로 달려가고 싶은데, 감정의 벽(전경 인물)에 부딪히는 구조예요. 그래서 답답함과 압박감이 생깁니다.
또 뒤쪽의 두 인물이 중요한 역할을 해요. 그들은 상대적으로 침착하게 걸어가고, 전경 인물의 혼란과 대비를 이룹니다. 이 대비가 없었다면 전경 인물의 상태가 “그냥 과장된 표정”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뒤 인물의 무심함이 들어오면서 전경 인물의 고립감이 훨씬 강해집니다.
조형요소 분석: 선, 색, 면, 형태, 질감, 공간
1) 선(Line): 소용돌이치는 곡선(하늘·물) vs 단단한 직선(다리 난간)의 충돌이 긴장감을 만듭니다.
2) 색(Color): 고온의 붉은 하늘과 저온의 푸른/검은 물이 정서적 대비를 만들며, 안정감보다 불안을 강화합니다.
3) 면(Plane): 풍경은 매끈한 자연 묘사라기보다 넓은 색면이 출렁이는 방식으로 처리되어, ‘감정의 파도’처럼 보입니다.
4) 형태(Form): 전경 인물은 해부학적 사실성보다 상징성(얼굴의 단순화, 입의 과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5) 질감(Texture): 템페라/파스텔 계열의 재료 특성상 표면이 유화처럼 번들거리기보다 비교적 건조하고 거친 느낌을 줄 수 있어요. 이 건조함이 작품의 불안한 정서와도 잘 맞습니다.
6) 공간(Space): 원근은 존재하지만, 배경이 사실적으로 깊어지기보다 선의 리듬 때문에 공간 자체가 ‘흔들리는’ 느낌을 줍니다. 공간이 안정적으로 서 있지 않으니 감정도 안정될 수가 없죠.
재료(카드보드, 템페라, 파스텔, 유화)가 주는 효과
절규가 유독 “건조하고 날것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데에는 재료의 영향도 큽니다. 대표 버전은 cardboard(두꺼운 종이/판지) 위에 템페라, 파스텔, 그리고 일부 유화 성격의 물감이 함께 언급되는 혼합 재료로 알려져 있어요. 캔버스보다 카드보드는 표면이 더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파스텔은 분필처럼 입자가 살아 있는 질감이 남기 쉬워요. 템페라는 매트한 표면을 만들면서 색을 ‘딱’ 붙여 놓는 성격이 있고요.
이 조합이 주는 인상은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어요. 감정이 번지기보다, 표면에 눌러붙어 굳어버린 느낌. 그래서 슬픔처럼 흐르는 감정보다, 공포처럼 몸을 굳게 만드는 감정에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감상 포인트 7가지(짧게 체크하고 보면 확 달라짐)
- 하늘의 선만 따로 따라가 보세요. ‘풍경’이 아니라 ‘파동’처럼 느껴질 겁니다.
- 난간의 직선이 얼마나 강한지 보세요. 곡선들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기준선 역할입니다.
- 전경 인물의 입은 표정보다 “검은 구멍”에 가깝습니다. 소리가 ‘형태’가 된 지점이에요.
- 뒤 인물 2명을 꼭 확인하세요. 그들이 무심할수록 전경 인물은 더 고립돼 보입니다.
- 따뜻한 색(빨강/주황)이 위로 올라갈수록 안정을 주는지, 오히려 과열된 불안을 주는지 느껴보세요.
- 물과 하늘의 경계가 명확한지, 흐물흐물해지는지 보세요. 경계가 무너지면 심리도 흔들립니다.
- 전체를 멀리서 보면 ‘아이콘’처럼 보이고, 가까이서 보면 ‘붓질과 재료’가 감정을 떠받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절규>는 ‘비명’이 아니라 ‘불안이 세계를 흔드는 감각’이다
뭉크의 <절규>를 오래 바라보면, 비명을 지르는 건 인물 한 명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늘이 소리를 내는 것 같고, 물과 땅까지 같이 흔들리는 느낌이죠. 이 작품이 지금까지도 강력한 이유는, 공포의 원인을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신 불안이 몸에 닿는 방식—숨이 막히고, 주변이 일그러지고, 현실이 갑자기 낯설어지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내 얘기 같다”는 반응이 나오고, 그게 <절규>가 가진 오래가는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