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뉴욕을 여행하거나 이사 온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난관이 바로 지하철입니다. 도심은 복잡하고, 노선은 한눈에 보기 어려울 정도로 촘촘하게 얽혀 있습니다. 한국의 지하철과는 운영 방식이나 시스템이 많이 달라서, 아무리 서울 지하철에 익숙하더라도 뉴욕에서는 어리둥절해지기 쉽습니다.
MTA 앱이 있다 해도, 앱조차 낯설고 영어로만 표기된 지도를 보며 목적지를 향해 이동한다는 건 초보자에겐 생각보다 높은 허들이 됩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앱보다 먼저 알아야 할 뉴욕 지하철의 기본 구조와 꼭 알아야 할 노선들, 요금 체계, 그리고 탑승 팁을 정리해보았습니다. 뉴욕 지하철을 처음 타는 분들을 위한 현실적인 가이드로 활용해 보세요.

뉴욕 지하철, 기본 구조부터 다르다

뉴욕 지하철의 정식 명칭은 MTA Subway입니다. 지하철이라지만 전 구간이 다 지하로 되어 있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외곽 지역에서는 지상으로 달리는 구간도 많고, 고가철 형태로 달리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한국처럼 지하철 호선 번호 중심이 아니라, 각각의 노선이 알파벳이나 숫자로 구분되는 게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현재 뉴욕 지하철은 총 472개의 역이 있으며, 27개 노선이 운행 중입니다. 이 노선들은 1부터 7까지의 숫자 노선과 A부터 Z까지의 알파벳 노선으로 나뉘고, 지역에 따라 익스프레스(급행)와 로컬(완행) 노선이 나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단순한 지도 한 장으로 이해하기에는 다소 복잡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노선들은 맨해튼 중심을 세로로 관통하면서 브루클린, 브롱크스, 퀸즈 등 외곽으로 퍼져 나갑니다. 우리가 흔히 관광하는 지역은 대부분 맨해튼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일단 맨해튼의 주요 노선들부터 이해하는 게 핵심입니다.
초보자가 꼭 알아야 할 주요 노선
처음 뉴욕에 도착했다면, 모든 노선을 다 외우려고 애쓰기보다는 목적지 주변을 중심으로 자주 이용하게 될 몇 가지 노선만 익혀두는 것이 훨씬 실용적입니다.
1번, 2번, 3번 노선은 빨간색으로 표기되는 노선군으로, 맨해튼을 남북으로 관통합니다. 1번은 로컬(완행), 2번과 3번은 익스프레스(급행)입니다. 타임스퀘어나 센트럴파크, 월스트리트 같은 주요 관광지를 잇는 주요 노선 중 하나입니다.
A, C, E 노선은 파란색 라인으로, JFK 공항과 시내를 연결하거나 서쪽 주요 지점을 연결할 때 자주 사용됩니다. 특히 E라인은 JFK 공항에서 에어트레인을 통해 바로 연결되므로 공항에서 맨해튼으로 이동할 때 유용합니다.
N, Q, R, W 노선은 노란색으로, 브루클린과 맨해튼을 잇는 주요 노선입니다. 유니언 스퀘어나 타임스퀘어, 센트럴파크 남쪽에 있는 주요 명소로 갈 때 자주 이용됩니다.
4, 5, 6번 노선은 초록색 라인으로, 이스트사이드 쪽을 따라 이동할 때 사용됩니다. 특히 6번은 로컬이라서 맨해튼 동쪽 지역을 세밀하게 이동할 때 좋습니다.
처음엔 노선이 많아 보여도, 목적지 기준으로 자주 타는 라인 2~3개만 익혀두면 금방 익숙해집니다.
지하철 요금 체계는 단순하지만 함정이 있다
뉴욕 지하철 요금은 2025년 기준, 기본 요금이 2.90달러입니다. 한국처럼 거리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는 방식이 아니라, 탑승 횟수로 과금되는 단일 요금제입니다. 즉, 가까운 한 정거장을 타든, 맨해튼에서 퀸즈까지 길게 가든 똑같은 금액이 부과됩니다.
한 번 탑승하면 2시간 안에 다른 노선으로 갈아탈 수 있으며, 이 때 추가 요금은 부과되지 않습니다. 단, 같은 방향의 지하철은 무료 환승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어 세심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지불 방식은 OMNY라는 비접촉 결제 시스템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교통카드처럼 스마트폰이나 신용카드를 개찰구 리더기에 대면 자동으로 요금이 차감됩니다. Apple Pay, Google Pay, 삼성페이 등 대부분의 NFC 결제도 지원되어 매우 간편합니다.
하루에 일정 횟수 이상을 타면 자동으로 데일리 캡이 적용되어, 하루 최대 금액만 청구되는 시스템도 도입되어 있습니다. 장기 체류자라면 7일 또는 30일 무제한 패스를 구매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입니다.
처음 타는 사람이 알아야 할 지하철 탑승 순서
지하철을 탈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본인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업타운’인지 ‘다운타운’인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뉴욕 지하철은 방향 표기를 한국처럼 ‘상행·하행’으로 하지 않고, 북쪽은 업타운(Uptown), 남쪽은 다운타운(Downtown)이라는 단어로 표시합니다. 같은 노선이라도 방향이 반대라면 승강장이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표지판을 잘 보고 탑승해야 합니다.
개찰구를 통과할 때는 OMNY 리더기에 카드를 대기만 하면 되고, 화면에 ‘GO’라고 뜨면 입장이 완료된 것입니다. 별도의 티켓이 나오지 않으므로 따로 표를 챙길 필요는 없습니다.
승강장에는 급행과 완행이 함께 오는 경우가 있으므로 열차가 도착하기 전, 도착 열차의 번호와 노선명을 표시하는 전광판을 꼭 확인해야 합니다. 급행 열차는 일부 역만 정차하기 때문에 목적지에 따라 잘못 타면 크게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열차 안에서는 한국처럼 정차역 안내 방송과 표지판이 나오지만, 방송이 잘 들리지 않거나 전광판이 고장 나 있는 경우도 흔합니다. 스마트폰 지도 앱 또는 MTA 앱으로 실시간 위치를 확인하면서 탑승하면 안전합니다.
MTA 앱, 언제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MTA 앱은 뉴욕 교통공사에서 공식으로 제공하는 앱으로, 노선 검색, 실시간 운행 정보, 공사 구간 안내 등 다양한 기능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다만 인터페이스가 그리 직관적이지 않아 처음엔 다소 사용하기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목적지를 입력하면 가장 빠른 노선을 추천해주고, 실시간 열차 도착 시간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공사나 지연이 잦은 뉴욕 지하철 특성상 실시간 정보를 반영한 앱 사용은 꼭 필요합니다. 단, 노선도를 한눈에 보기에는 오히려 복잡하게 보일 수 있으니, 처음에는 종이 노선도나 단순화된 PDF 버전부터 익히는 걸 추천합니다.
지하철 안에서는 데이터 연결이 불안정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MTA 앱이나 Google Maps를 사전에 오프라인 맵으로 다운로드해두는 것도 좋은 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