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한 달 살아보니 가장 힘들었던 5가지

뉴욕.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도시죠. 영화에서, 드라마에서, SNS에서 수없이 보며 마음속에 ‘나도 언젠가 저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상상을 해보셨을 거예요. 저 역시 그랬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어요. ‘한 달 정도는 살아보자’ 하고요. 단기 체류지만, 여행과는 다른 일상처럼 지내보자는 마음으로 2025년 봄,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뉴욕은 확실히 멋진 도시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꽤나 냉정하고, 불편하고, 때로는 외로운 도시이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제가 직접 한 달 동안 뉴욕에 살아보며 겪은, 가장 힘들었던 다섯 가지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눠보려고 합니다. 단순한 관광 정보가 아닌, 실제로 부딪히며 느낀 점들 위주로요. 혹시 뉴욕 장기 체류를 계획 중이시라면 이 글이 작은 참고가 되길 바랍니다.

 

 

 

  1. 생활비, 특히 식비의 압박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가장 먼저 체감한 건 ‘물가’였습니다. 뉴욕 물가가 비싸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특히 식비요.

처음 도착해서 Whole Foods에 가서 간단한 식재료를 담았는데 계산서가 $98.75. 장을 본 게 아니라, 그냥 간단히 샐러드 재료와 음료, 과일, 시리얼 정도였는데요. 한국이었다면 3~4만 원으로 해결될 양이었죠.

외식은 또 어떻고요. 맥도날드에서 세트 하나 먹으면 세금 포함 $13~15. 웬만한 로컬 레스토랑에서는 혼자 밥 먹고 팁까지 주면 $30은 우습게 나갑니다.

한 번은 한국 음식이 그리워서 한인타운에 있는 분식집에서 떡볶이+김밥+사이다를 먹었는데 $36.75. 어이가 없더라고요. 물론 재료비나 임대료를 감안하면 이해는 되지만, 감정적으로 ‘이건 좀 아닌데’ 싶을 만큼 비쌌습니다.

그래서 한 달 내내 도시락을 싸 다니고, 컵라면을 끓여 먹고, 장을 보러 다닐 때도 ALDI나 트레이더조 같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만 찾게 됐어요. ‘살기 위한 소비’가 아니라 ‘버티기 위한 소비’가 된다는 느낌, 아마 뉴욕 체류자라면 공감하실 거예요.

 

  1. 서브웨이(지하철) 탈 때마다 피로감 폭발


뉴욕 지하철은 세계적으로 유명하죠. 24시간 운행하고, 노선도 촘촘하고, 맨해튼 어디든 갈 수 있어서 좋긴 한데… 정말 탈 때마다 스트레스였습니다.

우선 너무 더럽고 냄새가 심해요. 특히 여름에는 그 악취가 정말 감당이 안 됩니다. 쥐는 기본이고, 홈리스 분들과 마주치는 일도 자주 있었고요. 어떤 날은 차량 안에서 노숙하시는 분이 음식물을 쏟기도 했는데, 그 냄새가 아직도 잊히질 않아요.

무엇보다 도착 예정 시간이라는 게 무색할 만큼 지연이 잦습니다. “Delay due to signal issues” 같은 방송은 이제 무덤덤하게 들릴 정도. 급하게 약속이 있는 날, 몇 번이고 전철을 갈아타며 마음 졸였던 기억이 많아요.

그래서 결국 저는 지하철 대신 자전거+버스 조합을 주로 이용하게 되었어요. 시티바이크를 구독하면 생각보다 편하게 다닐 수 있으니, 한 달 이상 체류하실 분들께 추천드려요.

 

  1. 숙소 문제: 에어비앤비의 함정과 치안


이번 한 달 살기에서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예약했는데요. 처음에 사진과 설명을 보고 예약했던 숙소는 막상 도착해보니 완전히 다른 곳이었습니다. 리뷰는 좋았지만, 알고 보니 위치가 완전히 달랐고, 건물도 사진 속 화이트톤이 아닌 낡고 어두운 브라운스톤이더라고요.

심지어 도착한 날 밤, 그 건물 앞에서 누군가가 고함을 지르며 다투는 소리를 듣고는 겁이 덜컥 났습니다. 뉴욕이 치안이 불안하다는 이야기를 체감한 순간이었죠. 물론 맨해튼 중심부는 안전한 편이지만, 외곽 지역이나 주거용 건물 쪽은 밤에는 다니기 무서울 때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중간에 숙소를 옮겼고, 2주 이상 단기 렌트 가능한 플랫폼(예: Blueground)이나 한인 민박을 알아보게 되었어요. 다음에 또 뉴욕에 간다면, 무조건 검증된 숙소나 직접 본 집만 계약할 겁니다.

 

  1. ‘뉴욕스러운’ 예산 외 지출들: 팁, 세금, 보증금, 공과금


한국에서는 한 번 결제하면 그 금액이 전부지만, 뉴욕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팁과 세금이 별도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처음엔 당황스러웠습니다.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더라도 $3.50라 써있지만 결제하면 $4.25. 팁을 안 넣으면 눈치가 보이고, 넣으면 돈이 훅훅 나가죠. 레스토랑은 기본 15~20% 팁, 네일샵이나 미용실도 마찬가지입니다.

단기 체류임에도 불구하고 보증금 제도가 적용되는 경우도 있었고, 월세에 포함되지 않은 유틸리티(전기, 가스, 인터넷) 비용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예상하지 못한 지출’이 반복되면서, 한 달 동안 꽤나 철저하게 계획했던 예산이 초반 2주 만에 절반 넘게 사라졌어요. 그래서 뉴욕에 한 달 이상 체류하실 분들은 꼭 1.5배 이상 예산을 잡는 걸 추천합니다.

 

  1. 외로움, 그리고 관계의 부재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었던 건 ‘혼자’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처음엔 혼자라서 더 자유롭고 좋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자유는 외로움이 되었어요.

어딜 가든 대화 상대가 없고, 함께 저녁을 먹을 사람이 없고,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할 대상이 없다는 건 생각보다 큰 결핍이더라고요. 하루 종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누가 한국어로 통화하는 걸 듣고 눈물이 핑 돌았던 적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일부러 한인 교회, 도서관, 문화원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교류하려고 노력했어요. 여행도 좋지만, 장기 체류는 결국 ‘사람’이 있어야 외롭지 않다는 걸 느꼈습니다.

 

뉴욕에서 한 달, 끝나고 나서 보니

이렇게 보면 뉴욕에서의 한 달은 꽤 고단한 시간처럼 보이죠? 맞아요. 사실 쉽지 않았고, 몇 번은 ‘그냥 돌아갈까’ 고민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모든 순간이 저를 단단하게 만들어줬습니다.

불편했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고, 외로웠지만 그래서 더 많은 걸 배운 시간이었어요. 뉴욕이라는 도시는 그 자체로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스스로를 돌보고 보호하지 않으면 금세 지치게 만드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혹시 지금 뉴욕에서의 한 달 살기를 고민 중이시라면, 저는 조심스럽게 추천드리고 싶어요. 준비만 잘 되어 있다면, 분명 여러분에게도 잊지 못할 시간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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