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시박스 vs 알룰루박스 – 미국 뷰티 서브스크립션 박스 직접 써본 후기

미국에서 뷰티 서브스크립션 박스는 더 이상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단순히 샘플을 받아보는 재미였다면, 요즘은 ‘가성비 쇼핑’, ‘새로운 브랜드 탐색’, ‘꾸준한 자기관리 루틴’으로 자리 잡은 느낌이다. 한 달에 한 번, 예쁜 박스에 담겨 배송되는 다양한 뷰티템들을 받는 일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 ‘기분 좋은 루틴’이 되었다.

특히 글로시박스(GLOSSYBOX)와 알룰루박스(Allure Beauty Box)는 뷰티 박스 시장에서 오랜 시간 경쟁해온 대표적인 두 브랜드다. 한쪽은 유럽 감성에 기반한 꾸준한 팬층을 가진 브랜드이고, 다른 한쪽은 미국 대표 뷰티 매거진의 이름을 걸고 큐레이션의 신뢰감을 앞세운 브랜드다. 두 박스 모두 실제로 3개월 이상 받아보고, 제품 구성부터 만족도, 가격 대비 가치까지 체험해본 결과를 비교해 보려 한다.

온라인 후기만 보고 결정하기 애매했던 분들이나, 둘 중 하나를 시작해볼까 고민 중인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리해 보았다.

 

 

글로시박스 – 유럽 감성과 패키징이 돋보이는 브랜드

글로시박스는 처음 박스를 받았을 때부터 “이건 선물이다”라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박스 자체가 단단하고 고급스럽게 만들어져 있으며, 브랜드 컬러인 베이비핑크 톤이 은은하게 들어간 디자인은 택배 상자를 여는 순간부터 기분이 좋아지는 요소였다. 매달 테마에 맞게 약간씩 패턴이 바뀌는 경우도 있고, 스페셜 에디션은 정가 이상의 소장 가치가 있다는 후기가 많다.

구성은 주로 5~6개의 제품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스킨케어와 헤어케어 중심의 구성이 많았다. 내가 받은 박스 중에는 독일 브랜드인 스킨1004, 영국 브랜드 Molton Brown, 프랑스산 수딩 마스크 등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전반적으로 미국 로컬보다는 유럽 브랜드 위주인 느낌이 강했다. 익숙한 브랜드는 적지만, ‘처음 보는 고급 브랜드를 체험해보는 재미’라는 관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가격은 월 21달러부터 시작하며, 3개월 혹은 6개월 단위로 구독하면 할인도 적용된다. 박스의 총 가치는 매달 60~100달러 수준으로 공지되며, 실제 제품 정가 기준으로 따졌을 때 이 수치는 무리가 없다. 다만 샘플 사이즈가 많은 편이라, 풀사이즈 제품을 기대했다면 살짝 아쉬울 수도 있다.

장점은 역시 포장과 브랜드 셀렉션의 고급스러움, 그리고 일반적인 미국 드럭스토어에서 보기 힘든 제품들이라는 점이다. 단점은 실용성보다는 ‘새로움’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데일리로 계속 사용할 만한 제품은 적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뷰티에 관심이 많고, 유럽 브랜드를 좋아하거나 새로운 브랜드를 체험해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분명 매력적인 옵션이다.

 

알룰루박스 – 실속형 미국 뷰티 잡지 큐레이션의 정수

알룰루박스는 ‘Allure’라는 이름에서부터 오는 신뢰감이 크다. 미국의 대표 뷰티 매거진에서 직접 큐레이션하고, 편집자들이 선정한 제품이라는 점에서 콘텐츠 기반 박스로서의 무게감이 있다. 실제로 매달 동봉되는 소책자에는 제품을 추천한 이유, 사용 팁, 편집자의 실제 사용 후기까지 상세하게 적혀 있어 마치 잡지를 함께 받아보는 느낌을 준다.

제품 구성은 글로시박스보다 확실히 실용적이다. 스킨케어, 메이크업, 클렌징, 헤어 제품이 고루 들어가 있으며, 브랜드도 Glossier, Tarte, The Ordinary, Laneige 등 익숙한 이름들이 많았다. 특히 샘플보다는 풀사이즈 제품이 자주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만족도를 높였다. 내가 받은 박스 중에는 30ml짜리 미스트, 마스카라 정품, 트래블 사이즈 립틴트 등이 포함돼 있었고, 모두 데일리로 쓰기 좋은 제품이었다.

가격은 25달러로 글로시박스보다 약간 비싸지만, 포함된 제품의 용량과 브랜드 가치를 고려하면 오히려 더 실속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알룰루박스는 계절에 맞춰 보습 크림이나 자외선 차단제 등 필요한 아이템을 제때 넣어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잡지사다운 실용적 큐레이션이 강점이다.

다만 단점은 패키징이 단조롭다는 점이다. 상자 디자인이 매달 비슷하고, 포장 상태도 글로시박스만큼의 ‘선물 느낌’은 주지 않는다. 실용적인 제품을 꾸준히 받아보고 싶은 사람에겐 좋지만, 박스를 열 때의 설렘이나 비주얼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

 

구성품 비교 – 감성 vs 실속

두 박스를 비교했을 때 가장 뚜렷한 차이는 ‘구성 철학’이다. 글로시박스는 새로운 브랜드, 고급스러운 포장, 유럽 감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알룰루박스는 이름 있는 브랜드, 정품 위주의 구성, 일상 활용도 높은 제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스킨케어 항목에서도 글로시박스는 프랑스산 수면팩 미니사이즈가 들어 있는 반면, 알룰루박스는 네이처리퍼블릭 풀사이즈 수분크림이 들어 있었다. 전자는 써보고 ‘이런 것도 있구나’ 하는 경험을 준다면, 후자는 바로 욕실에 놓고 매일 사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만족을 준다.

또한 메이크업 제품의 경우, 글로시박스는 립오일, 하이라이터 등 비교적 유행 아이템 중심이고, 알룰루박스는 마스카라나 틴티드 립밤처럼 안정적인 아이템이 자주 포함된다. 어떤 방향이 더 좋은지는 개인 성향에 따라 갈릴 수 있다. 화장품을 자주 바꾸며 트렌드를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글로시박스가 맞을 수 있고, 뷰티 초보자나 꾸준히 쓸 제품이 필요한 사람은 알룰루박스 쪽이 더 만족스러울 수 있다.

 

첫 서브스크립션 뷰티 박스 선택을 고민 중이라면

두 박스를 비교한 경험을 요약하자면, 글로시박스는 선물 같고 감각적인 박스이며, 알룰루박스는 실용적이고 만족도가 높은 박스였다. 결국 중요한 건 본인의 뷰티 소비 스타일과 기대하는 경험의 차이였다.

뷰티에 대한 관심이 많고 새로운 브랜드에 도전해보고 싶다면 글로시박스를, 매달 안정적인 제품을 체험하며 실용적으로 뷰티 루틴을 관리하고 싶다면 알룰루박스를 추천한다. 가능하다면 3개월 정도씩 번갈아 경험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실제로 써봐야 내 취향을 정확히 알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예상 외의 만족을 얻을 수도 있다.

요즘은 친구 생일 선물이나 자기 보상 아이템으로 뷰티 서브스크립션 박스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한 달에 한 번 나에게 오는 깜짝 선물 같은 느낌이, 단순한 소비 이상의 의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박스를 고르는 과정마저도 설레는 시간으로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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